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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이게 체인소맨이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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《말죽거리 잔혹사》를 보면 가끔 영화보다 먼저 기억이 움직인다. “보통명사, 집합명사, 물질명사, 고유명사, 추상명사.” 그리고 앞글자만 따서 외웠던 그 유명한 ‘보·집·물·고·추’. 지금 아이들이 들으면 “그걸 왜 그렇게 외웠어요?”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저렇게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. 칠판 가득 분필로 쓰던 선생님, 틀릴까 봐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학생들, 교과서 귀퉁이에 빼곡하게 적어놓은 영어 단어, 친구에게 슬쩍 답을 물어보다 걸려 혼나던 날.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것도 있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있다. 그런데 참 이상하다. 그때는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정작 어른이 되고 나니 가끔은 그 시절의 교실 냄새까지 그리워진다. 비비가 《말죽거리 잔혹사》를 좋아하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는 것 같다. 권상우와 이정진, 한가인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 영화 곳곳에는 한 세대가 실제로 지나온 시간이 숨어 있다. 교복도, 버스도, 골목도, 선생님의 말투도, 친구들과 장난치던 방식도, 그리고 저렇게 무작정 외우며 공부했던 모습까지. 영화는 끝나지만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잊고 살았던 내 어린 시절 하나가 슬쩍 돌아온다. 액친님들 중에도 ‘보·집·물·고·추’ 외우면서 영어 공부했던 분 계신가요? 기억나시나요? 그때는 지긋지긋했던 그 교실이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어서 조금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어버렸네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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